중국 수출 과실·축산물 지역화 요구, 왜?
글쓴이 : 한국오리협회
조회: 4683
작성일 : 2013-04-09
지역별 청정화 추진…수출 상대국 수입제한 무력화 꼼수
중국과의 FTA 협상이 한·중과 한·중·일 FTA 협상으로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중국이 과실류와 축산물 수출을 위해 지역화를 요구하고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오는 5월 한·중 FTA 5차 협상이 개최될 것으로 알려진 이번 협상에서 중국 정부가 강력하게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역화 요구, 왜?=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중국이 3차 협상 때부터 지역별 청정화 전략 추진을 기반으로 지역화 정책을 들고 나와서 우리나라로서는 곤혹스러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지역별 청정화 전략이란 산둥성, 랴오닝성 등의 지역을 가축전염병 비발생지역 시범단지로 지정한 것으로 한·중 FTA 등을 대비해 추진하고 있는 중국 정부의 정책이다.
특히 산둥성 등 농산물 수출단지 위주로 시범단지를 지정해 상대국의 수입제한조치를 무력화하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중국의 과실류와 축산물 생산량이 막대한 상황에서 그동안 국내 유입이 적었던 것은 검역 때문이었다. 중국에서 구제역과 각종 병해충이 발생해 막을 수 있었던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의 지역화 전략은 사과와 돼지 등 자국에서 가장 많이 생산되는 품목을 한국 시장에 진출시키기 위한 방안으로 풀이된다.
농업계 관계자는 “중국이 오래 전부터 과실류와 축산물 수출을 위해 준비해왔고 국제기구로부터 질병과 병해충 무발생 국가 또는 지역이라는 지위를 조금씩 쌓아가고 있다”면서 “중국의 이런 움직임은 자칫 한·중 또는 한·중·일 FTA 협상에서 우리가 방어벽을 구축하는데 어려움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지역화가 우리 농업에 미칠 영향=만약 지역화가 관철돼 한·중 FTA 협상이 타결된다면 국내 농업에 미칠 영향은 크다. 현재 중국의 주요 과일인 사과, 배, 포도, 감귤류의 재배면적은 596만ha로 과일 전체 재배면적(1154만ha)의 51.7%를 차지한다. 특히 과일 재배면적은 1990년 517만ha, 2000년 893만ha, 2010년 1154만ha 등으로 증가세다.
반면 우리나라의 과일(사과, 배, 단감, 포도, 복숭아, 감귤) 재배면적은 11만1000ha에 불과하다. 규모적인 측면에서 비교과 되지 않는다.
축산물 생산기반도 탄탄하다. 돼지와 양, 소 등 중국의 3대 가축 사육두수는 1980년 5억6442만마리에서 2010년 8억5174만마리로 1.5배 증가했고 가금류도 9억3624만마리에서 53억5000만마리로 5.7배 급등했다. 중국 내 수요증가로 수출물량이 예년에 비해 줄어들었지만 돼지고기 25만1000톤, 쇠고기 3만1000톤, 가금육 3만5000톤, 양고기 3만3000톤(2009년) 등 검역문제가 해결되고 가격조건만 맞는다면 수출할 가능성이 높은 곳이다.
국내 사육두수는 2012년 12월 1일 현재 한·육우 305만두, 젖소 42만두, 돼지 991만두, 산란계 6134만수, 육계 7613만수, 오리 1116만수에 그친다.
문제는 중국산 과실류와 축산물의 경쟁력이 단순히 양과 가격에만 있지 않다는 점이다. 농업계는 중국이 국내 소비자들의 입맛에 맞는 생산물을 만들어 수출할 능력을 갖고 있다는 점을 더욱 우려하고 있다.
이미 중국에서는 나주배를 재배하던 농가가 중국으로 이동해 배 농사를 지으며 국내 우수 기술을 전파하고 있다. 그들은 한국의 수출길이 열리기만을 학수고대하고 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중국이 가진 무기가 워낙 다양하고 강력해 쉽지 않다”며 “중국의 농업기술 수준이 높아지면서 자연스럽게 경쟁력을 갖추고 있고 이는 우리 농업에 점차 큰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농어민신문 이현우 기자 2013.04.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