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이 집에 가면] - 김해시 한림면 '박물관 가든' | | | | | |
|
|
| [이 집에 가면] - 김해시 한림면 '박물관 가든' | | | | | |
있을 때는 그 가치를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사라지고 나서야 비로소 진가가 드러나기도 한다. 박물관에서 우연히 만나면 함께한 그 시절이 그리워진다.
경남 김해시 한림면 퇴래리의 한림민속박물관 내에 있는'박물관 가든'을 맛집으로 소개하는 게 맞는지 고민했다. 단순한 음식점으로만 소개하는 일이 미안해서였다. 지난해의 마지막 날 '박물관 가든'을 찾았다. 날씨가 춥고 식사 때도 한참 지나 배도 고팠다. 이럴 때 '금강산도 식후경'이란 말이 딱 맞다. 유황녹차오리 훈제고기(3만 5천원)부터 맛을 보기로 했다. 분위기를 돋울 때는 역시 불판에 지글지글 구워줘야 한다. 고기가 무척이나 보드랍다. 오리고기는 많이 먹어도 괜찮다고 한다. 유황과 녹차를 먹여 키운 오리라니 더 좋겠지. 추운 날씨 탓에 오리탕(2만 5천원)도 고맙다. 거의 세숫대야 크기의 대접에 오리탕이 나온다. 오리가 자맥질이라고 할 정도이다. 양도 많아 어른 4명이 먹기에 충분하다. 오리고기는 냄새가 나지 않고 담백하다. 국물은 깔끔하면서 시원하다(춥다고 엄살을 떨고나서 시원하다니 좀 이상하긴 하다). "잘 먹었다"는 소리가 저절로 나온다. 그제야 추위가 저리 물러간다. 고기를 좋아하지 않는다면 새싹비빔밥이 좋다. 입 안에서 날치알이 톡톡하고 터진다. 한겨울에 먹는 쑥국도 반갑고 참나물과 꼬들꼬들한 단감 장아찌도 맛이 있다. 새싹비빔밥은 원래 6천원 받다 맘 편하게 먹고가라고 5천원으로 내렸단다. 주인장의 마음 씀씀이가 고맙다.
이제는 입 대신 눈이 즐거울 시간. 한림민속박물관에는 물레, 꽃가마, 축음기, 국내 최초의 축구공까지 3만여 점이 전시되어 있다. 이걸 다 어떻게 수집했을까. 마상태(61) 관장이 30여 년간 전국을 돌며 수집했다. 관람료도 안 받는 박물관을 왜 하느냐고 물었다. "누군가가 하지 않으면 그냥 잊혀지는 게 아쉬워서 한다"고 말한다. 볼거리만 있고 먹을거리는 왜 없느냐는 말을 듣고 음식점을 시작했다. 보고, 먹고, 자고, 체험할 수 있어서 찾는 사람이 끊이질 않는다. 동네 이발관과 사진관, 학교가 옛 모습 그대로 재현된 테마전시관이 특히 재미있다. 처음 본 공룡박물관이 신기하기만 하다. 오리 먹고 나서 공룡을 보여주는 곳은 세상에 여기뿐이다. 봄에는 아카시아, 연산홍이 피어 기가 막히다니 그때 다시 와야겠다. 푸근한 맛이 나는 집이다. 봉하마을까지는 차로 불과 7분 거리. 영업시간은 오전 11시∼오후 9시. 쉬는날은 없다. 055-346-1977.
부산일보 1월 7일
글·사진=박종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