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김해에서 오리요리 전문점을 운영하는 안진상씨는 요즘 걱정이 태산이다. 손님은 밀려드는데 팔 오리고기를 제대로 확보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안씨는 2일 “지난 3월까지만 해도 서울에 있는 오리고기 공급업체로부터 보름 단위로 150마리에서 200마리를 받았는데 지난달 중순 이후에는 고작 30마리 안팎만 받았다”고 하소연했다. 오리고기 가격도 급등하고 있다. 김해시의 경우 지난해 5월 생오리 공급가격이 7년 만에 1200g 기준으로 8500원에서 9000원으로 오른 데 이어 지난달 중순에는 1만~1만2000원까지 뛰었다. 훈제가공오리는 아예 구경조차 하기 힘들다고 음식점 업주들이 아우성이다. 가격도 900g 기준으로 1만1000~1만2000원이었지만, 최근에는 1만5000원을 주고도 구입하기 어렵다.
농림수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 1월 도축물량은 479만여마리로 지난해 같은 기간(246만5000마리)에 비해 무려 94.3%나 폭증했다. 2월에도 445만4000여마리가 도축돼 지난해 같은 기간(253만5000마리) 대비 75.7%의 증가세를 기록했다.
영농조합법인 신선산오리(경남 하동) 이보국 부장은 “지난 1~2월에는 하루 1만여마리를 도축했는데 이달 말에는 1만5000여마리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면서 “오리고기 부족난은 전국적 현상”이라고 말했다. 이 부장은 오리 소비가 늘어난 이유에 대해 “2~3년 전만 해도 오리요리 소비가 비수기와 성수기로 나눠졌는데 최근 들어서는 연중 소비된다”고 밝혔다. 또 예전에는 도심 외곽 가든식당에서 어쩌다 한 번 즐기던 오리고기의 수요가 요즘에는 학교급식·마트·인터넷 판매 등 판로가 확대되면서 폭증했다는 것이다.
울산대 홍순명 교수(식품영양학과)는 “오리고기는 불포화지방이 많아 섭취했을 때 심장혈관의 지방흡착 등이 적은 데다 육질이 부드러워 소화력이 약한 어린이나 노인들도 즐겨 먹을 수 있어 수요가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른바 웰빙식품으로 오리고기가 각광받으면서 수요를 촉발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오리고기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음식점 업주들은 오리 유통경로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안진상씨는 “가격 인상을 노리고 오리농장과 농장주단체나 중간유통업체들이 공급물량을 조절하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 든다”면서 “공정거래위가 시장 안정을 위해 이 부분에 대해 조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