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고기는 유일한 알칼리성 고기로, 몸의 산성화를 막는다. 불포화지방산과 비타민 A가 풍부한 유일한 고기다.
요즘처럼 고기가 ‘죄인’이 된 시절은 없었다. 웰빙 열풍을 넘어 거세진 채식 열풍 때문일까. 고기를 즐겨 먹는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면 건강을 포기했거나, 뭘 잘 모르는 사람 취급받기 일쑤다. 고기에 든 포화지방산과 중성지방, 그리고 고칼로리라는 등식이 고기를 멀리하게 된 이유다.
하지만 예외는 있다. 바로 오리고기다. 문제점으로 지목된 포화지방이 극히 적고, 식물에 풍부한 불포화지방이 오히려 더 많다. 유일한 알칼리성 고기라는 점도 특이하다. 한국식품연구원 김영붕 박사는 “오리만큼 건강에 이로운 고기는 없다. 영양학자들 사이에선 ‘신이 준 선물’에 비유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몸에 좋은 불포화지방산 70%
오리고기의 건강학적 특성이 다시 조명받고 있다. 오리는 영양학자들 사이에서 그야말로 ‘연구 대상’이다. 신흥대 조리학과 최은정 교수는 “오리는 일반 고기와 영양학적 조성이 전혀 다르다”고 말했다. 첫째는 지방 조성이다. 일반적으로 소고기·닭고기·돼지고기에는 포화지방이 70%를 차지한다. 콜레스테롤 수치를 높이고 혈관에 때를 끼게 하는 혈관질환의 주범이다. 나머지는 중성지방(트랜스지방), 불포화지방으로 구성된다. 그런데 오리고기는 정 반대다. 몸에 좋은 불포화지방산이 70%를 이루고, 나머지가 포화지방이다. 중성지방은 아예 없다. 영양학적으로 볼 때 불포화지방산 섭취량이 포화지방산 섭취량보다 많을 때 혈관 건강에 이로운 것으로 보고돼 있다. 오리는 이런 영양학적인 균형을 잘 맞춘 최적의 식품이다.
두 번째는 알칼리성 식품이라는 것이다. 소고기·돼지고기·닭고기는 물론 모든 육류가 산성을 나타내는 것과 대비된다. 최은정 교수는 “채소나 과일을 제외한 모든 식품이 산성을 띄고 있다. 육류와 인스턴트 제품을 많이 섭취하는 현대인의 몸은 산성에 가깝게 변해 있다. 원래 몸은 중성일 때 가장 건강하다. 면역력도 좋고 세포의 활성도도 높다. 오리는 알칼리 성분이라서 다른 고기에 비해 몸을 덜 산성화시킨다”고 말했다.
독극물 먹어도 죽지 않아 … 고기에 해독 성분
오리고기는 익힌 후에 얼음물에 바로 담그면 탄력 있고 쫄깃해서 씹는 질감이 훨씬 좋아진다.
세 번째는 독성물질을 배출한다는 사실이다. 오리고기는 독극물을 먹어도 죽지 않는 유일한 동물이다. 예컨대 살충제 같은 독극물을 먹이면 사람을 비롯한 일반 동물은 소화기관부터 파열된다. 독극물이 온몸을 돌며 공격하다 결국 사망에 이른다. 하지만 오리는 다르다. 간에서 독극물을 해독해 몸에 좋은 물질로 바꿔놓는다. 이런 오리의 능력을 이용해 만들어진 것이 ‘유황 오리’다. 최은정 교수는 “오리에게 유황을 먹이면 간에서 황화합물로 변환시켜 몸에 저장한다”고 말했다. 이 황화합물이 든 오리고기는 소염·진통·면역력강화 등 인체에 유익한 작용을 한다.
또 오리 고기는 중금속과 노폐물을 해독하는 작용이 있다. 박경호한의원 박경호 원장은 “오리는 예부터 독소를 빼주는 약용식품으로 쓰여왔다”고 말했다. 실제로 건국대 동물유전공학과 송혁 교수는 오리의 해독능력에 대한 실험을 했다. 20대 남성 30명을 대상으로 30일간 하루 600g씩의 오리고기를 반찬으로 매일 먹도록 했다. 보통 돼지고기 1인분이 200g이니까 한 달 동안 매 끼니 오리 고기를 먹은 셈이다. 결과 혈액 속 독성물질인 요소 수치가 평균 19.7㎎/dl에서 18.32㎎/dl로 떨어졌다. 이는 통계학적으로 상당히 유의미한 수치다. 한편 고기를 매일 먹었음에도 불구하고 혈중 콜레스테롤이나 중성지방·체지방 등 성인병 관련 항목에 대한 수치는 변함이 없었다. 송 교수는 “요소는 고기류를 먹은 뒤 발생하는 인체 유해물질이다. 이 성분이 축적되면 각종 성인병에 걸린다. 그런데 오리 고기는 오히려 요소 수치를 훨씬 낮췄다. 구전으로 내려오던 오리의 해독능력이 확인된 셈”이라고 말했다.
뿐만 아니다. 피부미용에도 좋다. 최은정 교수는 “오리 기름의 불포화지방에는 피부를 탱탱하게 하는 리놀레산이, 단백질엔 콜라겐이 많이 들어 있다”고 말했다. 비타민 A함량도 상당히 높다. 오리고기의 비타민 A 함량은 소·닭의 12.3배, 돼지고기의 10배 정도다. 비타민 A는 여드름 치료제 유도체 성분으로 사용될 만큼 피부건강에 유익하다.
유황오리, 너무 자주 먹으면 위·간에 부담
하지만 이런 오리고기도 잘 먹는 법이 있다. 최은정 교수는 “오리고기가 다른 고기류에 비해 영양학적 가치가 우수한 것은 맞지만 기름은 한 번 걸러내는 게 좋다”고 말했다. 오리의 대부분을 이루고 있는 불포화지방산도 포화지방산과 똑같이 1g당 9㎉를 내기 때문이다. 물론 영양보충이 필요한 성장기 아동, 또는 원기회복이 필요한 환자나 노약자에겐 훌륭한 보양식이 된다. 하지만 비만이 염려되는 일반 사람은 가려 먹는 게 좋다. 기름에서 얻은 칼로리를 다 소모하지 못하면 살이 찌게 마련이다. 최 교수는 “오리구이를 할 때 기름이 흘러나오면 버리고 먹는다. 소량 포함된 포화지방산이 제거돼 불포화지방산 위주로 먹을 수 있다”고 말했다. 요리를 할 때도 프라이팬에 한 번 볶아 기름을 뺀 다음 요리한다. 탕도 마찬가지다. 오리 백숙을 하면 다 끓을 때쯤 기름이 둥둥 뜨는 것이 보인다. 뜬 기름은 대부분 포화지방산이다. 송혁 교수는 “포화지방산 성분을 건져 내고 먹으면 유익한 성분만 가려 섭취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유황오리도 무턱대고 먹지 않는다. 송 교수는 “유황이 몸에 해독작용을 하는 건 맞지만 자주 섭취하면 위·간에 부담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진짜 유황오리는 한 달에 한번 이하로 먹는 게 좋다. 송 교수는 “일반 식당에서 파는 유황오리는 제대로 유황을 먹인 오리는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 진짜 유황을 먹인 오리는 고기에 유황 냄새가 확연하게 난다”고 말했다. 일부 지방에서는 진짜 유황오리를 기르는데, 한